영화 액션 코미디 영화로, 암살자로 위장한 주인공의 이중생활을 그립니다.〈히트맨 (Hit Man, 2024)〉은 우리가 ‘킬러’라고 들었을 때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재치 있고 유쾌하게 비틀며, 익숙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위장 잠입 수사를 소재로 한 범죄 코미디가 아니라, 정체성과 자아의 유연성, 그리고 사랑과 도덕의 경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주연을 맡은 글렌 파웰은 각본에도 참여하며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냅니다.
게리 존슨은 평범한 철학 교수이자 경찰과 협력 중인 시민 자원 봉사자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킬러를 가장해 범죄자를 잡는 위장 작전에 투입되면서, 그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킬러 페르소나’를 만들어내며 연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마치 진짜 킬러처럼 행동하면서도, 사실은 누구보다 윤리적이고 정직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여성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그의 삶은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게리가 위장한 다양한 킬러 캐릭터는 단순한 변장이 아니라,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확장이자 자아 탐색의 과정입니다. 영화는 유쾌한 상황 속에서 ‘정체성은 고정된 것인가, 유동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연기하고 또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성찰하게 합니다. 게리는 점점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게리는 본질적으로 선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가 휘말리는 사건은 옳은 일과 옳지 않은 일 사이의 회색지대를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자신이 잡아야 할 범죄자보다 오히려 정의롭다고 느껴지는 선택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법을 따르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과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영화는 그 경계에서의 딜레마를 매우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게리는 자신이 위장한 ‘로난’이라는 킬러의 캐릭터로, 한 여성 ‘매디슨’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 사랑은 거짓된 정체성 위에 시작되었지만, 점차 진심을 담아가며 더 복잡한 감정으로 진화합니다. 이때 영화는 ‘사랑은 진실한 자아를 통해서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정체성과 사랑의 본질을 연결 지어 탐색합니다. 거짓에서 시작되었지만 진짜보다 진짜 같은 관계는 결국 두 사람 모두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게리가 다양한 킬러 캐릭터를 연기할수록, 그는 점점 더 솔직해집니다. 영화는 가면이 꼭 감추기 위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억눌린 자아를 해방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게리는 현실 속 자신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과 욕망을, 이 킬러라는 가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그 안에서 진짜 자신에게 다가갑니다.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와 현실적인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장르적 실험을 가미하여 완전히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코미디와 서스펜스, 로맨스가 유려하게 섞인 이 작품은, 장르적 경계를 넘나들며도 결코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특히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긴장감을 잡아내는 컷 구성은 감독 특유의 현실 감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게리 존슨은 단순히 웃긴 위장 형사가 아닙니다. 그는 철학 교수로서 ‘진짜 삶’을 고민하고, 동시에 위장 킬러로서 다양한 자아를 경험하는 인물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무수한 가면을 쓰고 있지만, 결국 관객은 그 속에서 가장 진실한 인간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글렌 파웰은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내며, 전작들과는 또 다른 깊이를 보여줍니다.
〈히트맨〉은 웃기고 유쾌한 영화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누구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게리의 이야기 속에서, 저 역시 ‘진짜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때로는 가면이 진짜보다 더 진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선택하는 역할과 그 속에서의 자유에 대해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