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우정의 여행〈굿 그리프〉(Good Grief)는 넷플릭스가 선보인 감성 드라마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상실, 치유, 우정, 정체성이라는 테마가 유럽 여행이라는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어우러지며 관객의 감정을 깊이 울립니다.
마크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남편 올리버와 함께 조용한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올리버는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소설가이자 유명 인사로, 마크에겐 언제나 든든한 존재이자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지요.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마크는 예고 없이 사랑하는 올리버를 사고로 잃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떠나보낸 그는 깊은 상실감에 빠지고, 삶의 방향까지 잃어버린 채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헤매기 시작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말하지만, 진심을 나누던 단 한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쉽게 채울 수는 없지요. 올리버의 장례식을 치른 후에도 마크는 진정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꾹꾹 눌러 담고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친구 소피와 토마스의 권유로 그는 파리로 여행을 떠나게 되지요. 그곳에서 마크는 올리버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던 비밀을 마주하게 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배신감, 슬픔, 그리고 미련까지. 하지만 이 여정은 단순히 고인을 기리는 슬픈 여행이 아니라, 마크 자신이 진정으로 ‘애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떠난 사람을 가슴에 품은 채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됩니다. 〈굿 그리프〉는 단순한 이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랑을 잃은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회복해 가는지를 조용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유머와 따뜻함이 녹아 있는 대화, 친구들과의 엉뚱하지만 진심 어린 순간들, 그리고 파리의 거리에서 마크는 점점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갑니다. 울고, 화내고, 침묵하고, 그러다 결국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영화는 바로 그 과정 자체가 애도의 일부이며, 그것이 곧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말하듯 흐릅니다. 올리버와 함께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지만, 마크는 그 기억 위에 새로운 삶의 층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누구나 겪게 되는 이별과 상실의 감정을 마크의 시선을 통해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마크를 지지하는 루시와 토마스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함께 슬퍼하고 함께 웃으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유대는 영화가 가진 따뜻함의 핵심입니다.
여행 도중 밝혀지는 남편 올리버의 숨겨진 비밀은 마크를 또 한 번 혼란에 빠뜨립니다. 하지만 마크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법을 배웁니다.
〈굿 그리프〉는 단지 슬픔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합니다.
마크(댄 레비):배우자와의 이별을 겪으며 내면의 슬픔과 마주하는 인물. 점차 회복과 수용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루시(루스 네가):마크의 절친. 유머와 따뜻함으로 마크를 감싸며, 자신만의 상처도 함께 치유받는 존재입니다.
토마스(히만슈 파텔):마크의 또 다른 친구이자 균형 잡힌 시선을 가진 인물. 차분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마크의 변화에 기여합니다.
댄 레비는 이 작품을 통해 감독, 각본, 주연을 모두 맡으며 섬세하고 인간적인 시선을 보여줍니다. 감정의 크레센도를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쌓아올리는 방식이 인상적이었고, 유럽 도시들의 감성적인 풍경은 극의 분위기를 더 깊게 만들어 줍니다.
〈굿 그리프〉는 ‘잘 슬퍼하는 법’을 잔잔하게, 하지만 깊게 들려주는 영화였어요.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여행과 우정이라는 가벼운 소재로 풀어내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영화로 추천드리고 싶어요.